• 유럽의 ‘주 4일제’ 실험, 우리는?

    위인터랙트

    Jan 07, 2022



      이왕 태어난 삶, 행복하게 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2021년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가 발간한 <나라 경제> 5월호에서는 '국가 행복지수'에 관한 조사 결과가 실렸다. '국가 행복지수'란,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국가별 국내총생산(GDP)과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등을 바탕으로 집계한 점수이다. 한국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평균 국가 행복지수로 10점 만점에 5.85점으로 전체 조사대상 149개국 중 62위에 해당했고, OECD 국가 37개국 중에서는 최하위 수준인 35위에 그쳤다.


      한국인의 삶의 질이 낮은 것은 긴 노동시간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OECD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하자면,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78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2위로 길었다. OECD 평균인 1,626시간보다 연간 352시간을 더 일하는 것이다. 만약 352시간을 하루 8시간 근무로 치환해 일한 날짜로 계산해 근무일을 계산하자면, 한국인은 OECD국가의 대다수 국민들보다 매년 44일을 더 일한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지금보다 44일 덜 일할 수 있다면 무엇을 꿈꿔보겠는가?


    유럽의 '주 4일제' 실험, 우리는?

     


      한국인이 과로로 쓰러지면서 OECD 평균에라도 근접한 업무량을 원할 때, 유럽 등 노동 선진국에서는 급여에는 변동을 주지 않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새로운 근무제를 실험하고 또 실제로 적용해나가고 있다. 스웨덴 예테보리에서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2015년부터 2년간 주 5일 동안 하루 6시간, 주당 30시간 노동 실험을 했다. 대상은 시청과 병원, 양로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로 한정했고, 이 노동시간 단축이 기업 비용과 노동자들의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직원들의 병가는 기존보다 10% 줄었고, 노동자 스스로가 자신을 건강하다고 인식하는 정도는 50%나 높아졌다. 환자 돌봄에서도 게임이나 야외 산책 등을 간호사들이 먼저 제안하는 등 환자와 함께 하는 사회적 활동 지표가 개선되었는데, 이는 제공 노동의 질, 즉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행복도 증가에 대한 실험 참여자의 간증이 넘쳐났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2015년부터 4년에 걸친 주4일 근무제를 다양한 직군의 2,500명 이상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후 실제로 도입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 실험이 "엄청난(overwhelming) 성공을 거뒀다"고 보도할 정도로 주목하기도 했다. 노동자의 행복도는 역시 수직 증가하였고, 워라벨의 개선으로 인해 삶의 질이 개선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 남성의 가사노동과 육아 참여도가 높아졌다. 우려되었던 업무 생산성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하였다. 이 결과를 토대로 아이슬란드 노동조합은 기업과 근무 방식을 재협상했고, 아이슬란드는 총 노동 인력의 86%가 기존과 동일한 임금을 받으면서 더 적은 시간 근무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영국, 프랑스 등은 코로나로 인한 실업대란 상황에서 주4일제를 노동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영국의 진보 성향 싱크탱크 오토노미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공공분야의 노동자 2/3이 이미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주 3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경우 최대 50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결과를 실었다. 프랑스는 고용 유연화의 일환으로 주 35시간 노동을 실시하기로 하였고, BMW를 비롯해 포르쉐·아우디·지멘스·에어버스·보쉬·티센크루프 등으로 이뤄진 독일 최대 금속노조 IG메탈은 최근 대량 실업 위기의 해결책으로 주4일 근무제를 공식 제안했다.   



      이렇듯 주4일 근무에는 삶의 질 향상, 생산성 강화, 실업률 감소 및 고용 증대 등의 많은 장점이 있지만, 반대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스웨덴의 주 30시간 실험에서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한 인력 채용에 연간 60만 유로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였고, 영국의 오토노미 보고서의 제안대로 했을 경우에는 연간 최대 14조 4,000억 원의 증가 비용이 추산된다.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비용 증가를 반드시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용 증가 문제뿐만이 아니라 도입할 시에 수반되는 문제들도 제기된다. 만약 공공 부문만 먼저 도입할 경우 불편을 초래할 수 있고, 휴식의 양극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뒷받침되는 제도들이 없다면 어린이 청소년 돌봄 및 교육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큰 우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인한 높은 실업률과 기술의 진보가 가져다줄 노동 유연화, 워라밸 향상에 대한 니즈 등으로 인해 대선 후보들은 급여의 변동 없는 주4일제 근무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고, 사회적으로도 주4일제 근무는 환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도 주4일제를 향해가는 기업들을 통해 그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월요일은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주 4.5일제를 택한 '우아한형제들'과 '여기어때', 격주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 '카카오게임즈', 전 부서에 주 4일제를 도입한 '에듀윌' 등은 이미 역량과 업무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다고 증언한다. 코로나로 인한 매출 타격을 입은 '신라호텔', '롯데 면세점'의 경우는 임금을 동결하고 주4일, 주3일 유연 근무를 적용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고 있다. 


      충북 충주의 화장품 제조회사 '에네스티'는 한국 주4일제 근무 도입을 가늠하기 좋은 바로미터일지 모른다. 이들은 2010년부터 주4일제를 하고 있는데, 직원들의 만족도는 물론 높았고, 매출은 연속 성장세였으며 직원은 2배로 늘어났다. 한 가지 고민은 주5일 근무를 하는 타 기업의 스케줄에 맞춰야 할 때라고 한다.



      앞선 유럽의 사회적 실험 사례들을 통해 상상해보자. 만약 한국 사회의 체계와 문화가 주4일제로 함께 바뀐다면, 상상했던 우려들보다 더 큰 행복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왕 태어난 김에,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들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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