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알고 싶은 과학이야기] #20. 파인세라믹스(Fine Ceramics)

    위인터랙트

    Dec 31, 2021


      부엌에서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기 위해 점화스위치를 돌리는 순간, 우리는 '딱!'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소리가 없이는 가스만 세어 나올 뿐, 불은 볼 수가 없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도자기로 흔하게 알려진 세라믹스(Ceramics)가 사용된다. 재료에 힘을 가하면 전기가 발생하는 성질을 가진 압전 세라믹스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수도꼭지를 돌릴 때에도, 한 개의 손잡이로 찬물과 더운물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수도꼭지 안에 들어있는 파인 세라믹 스판의 역할이다. 치과에 갔을 때, 충치 등으로 인해 치료를 한 후 금니대신 이의 색깔과 유사한 도자기 치아, 즉 세라믹스를 씌우는 사례도 들어봤을 것이다. 이처럼 세라믹스는 이미 우리 삶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세라믹스(Ceramics)는 그리스어의 Keramos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이는 흙이나 모래와 같은 천연원료를 물과 혼합하고 형태를 제작한 후 불을 이용하여 구워낸 물질(burned stuff)을 뜻한다. '도자기' 하면, 우리나라에는 고려청자 등 도자기 제품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인류가 그보다 훨씬 오래전인 약 2만 4000년 전에 세라믹스를 쓰게 된 것으로 추정한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세라믹스는 원소주기율표상에서 산소, 질소, 붕소, 탄소, 규소 등의 비금속원소만으로 이루어져 있거나, 비금속원소와 금속 원소로 이루어져 있는 물질로 무기재료에 해당되는 재료를 말하는 것으로 정의되었다. 세라믹스는 1800년대 들어 앞서 언급한 도자기뿐만 아니라 유리, 시멘트, 벽돌과 같은 건축재료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쓰이게 되는데, 대부분은 규산염을 주재료로 삼았기에 1940년대 까지는 규산염공업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세라믹 제품은 금속과는 다르게 녹이 슬지 않고 플라스틱보다 높은 열에 잘 견디며 화학적 침식에 강한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1900년대에 들어서 세라믹스는 자동차를 움직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라믹 스파크 플러그'로 이용되기도 했다. 세라믹 스파크 플러그는 자동차 엔진구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자동차 혁명의 근간을 이루는 개발로 여겨진다.



      하지만 도자기를 떠올리면 쉽게 깨진다는 이미지가 따라 붙는다. 마찬가지로 세라믹스는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나 작은 충격에 쉽게 깨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순수 세라믹스 재료에 관한 특징일 것이다. 금속 원소와 비금속 원소가 강력하게 결합되어 물리적,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하지만, 세라믹스 결정격자 내에 존재하는 결정결함이 금속에 비해서는 현저히 적으며 외부로부터 결합력보다 큰 힘을 받았을 때는 금속처럼 변형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이러한 세라믹스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들이 고안되기 시작했다. 세라믹스 내 불순물의 종류나 양에 따라 기능성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불순물의 양을 통제하여 고순도의 미세하고 균일한 원료 분말을 만들고, 고순도 원료를 고온에서 열처리를 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이 방법을 통해 만들어진 세라믹스는 전통적인 열처리를 가한 세라믹스 보다 기능성이 우수한 새로운 형태의 것이었다.



      이렇게 개선된 제조기술을 통하여 재료의 섬세한 미세조직을 얻고 우수한 특성을 갖는 세라믹스를 '파인(fine)세라믹스'라 부른다. 파인 세라믹스는 기존 세라믹스의 특징인 내열, 내식, 전기절연성 등의 장점을 최대로 고도화 시켜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여전히 지구상에 존재하는 탄소, 질소, 규소, 알루미늄 등의 원소를 이용하기에 재료의 고갈 염려도 적다. 


    파인세라믹스는 다시 ‘전자세라믹스’, ‘구조세라믹스’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전자세라믹스는 전기, 전자, 통신공학에 이용되는 요업제품을 말한다. 전자기적인 특수한 성질을 가지고 이를 이용하여 우리 생활을 진일보시킨 것이 전자세라믹스인 셈이다. 또한 기계적, 또는 열 응력을 받는 구조물에 적용되는 것은 구조 세라믹스라고 한다.



      파인 세라믹스는 전기적, 자기적, 광학적, 열적, 방사능적, 화학적 성질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금속 재료나 유기고분자 재료, 복합 재료 보다 월등히 우수하다. 특히 기존의 장점을 극대화한 절연성, 반도성, 유전성, 자성 및 압전성 등의 전자기적 성질이 다른 재료들보다 우수해 첨단 제품에 활용되고 있다.


      파인세라믹스는 우주선에도 사용되고 있다. 우주선이 대기권을 탈출하거나 귀환할 때 마하 18의 초고속으로 지구 대기와 마찰하게 되는데, 이 때의 외부의 온도는 무려 1500도 이상에 달하게 된다. 하지만 우주선 안에 있는 장비들이 녹아내리거나 사람이 다치는 일은 없다. 다만 조금 따뜻해질 뿐이다. 이처럼 우주선이 이 고온에도 견딜 수 있는 이유는 표면에 내열과 단열에 뛰어난 파인세라믹스 타일이 붙여져 있기 때문이다. 우주 왕복선을 기준으로 약 3만장의 파인세라믹스 실리카 타일이 빈틈없이 부착되어 있다.



    파인세라믹스는 우주선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파인세라믹스는 미래를 책임질 첨단 신소재 중 하나로 분류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현재 국내 세라믹스 산업은 해외 기술에서 의존하는 단계를 벗어나 우리만의 기술을 정립하는 단계에 있다. 전남 목포시에 있는 세라믹일반산업단지가 국내 유일의 첨단 세라믹 혁신클러스터로서 그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용 첨단세라믹 산업을 중심으로 고도화 단계를 밟아나가는 중이다. 오랫동안 인류의 생활을 책임지며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온 세라믹스, 근미래 새로운 세라믹스의 모습 또한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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