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알고 싶은 과학 이야기] #19. 암호학(Cryp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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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c 24, 2021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사용했던 암호기계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을 비롯한 많은 수재들이 얼마나 고군분투 했는지를 다룬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역사학자인 데이비드 칸에 의하면 에니그마 암호문을 해독함으로서 종전은 2년이 앞당겨졌고무려 1,400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평가된다이처럼 중요 통신 수단으로서 전쟁과 함께 급격히 발전하기도 한 암호는오랜 역사를 가진 비밀스런 존재이면서 동시에 현대에 와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쓰게 되는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더 알고 싶은 과학이야기] #19. 암호학(Cryptography) 

      암호는 고대 로마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된다과거 로마의 황제였던 줄리어스 시저는 가족과 연락을 하기 위해 암호 서신을 작성했다. 이 때그는 원본 메시지인 평문(plaintext)의 알파벳들을 A는 D, B는 E로 쓰는 등 모든 단어의 알파벳을 세 글자씩 밀려 쓰는 방법을 선택했다복호화(decipher/decode), 즉 원래의 문장으로 해독하려면 문자를 좌측으로 세 글자씩 당기면 되었다이러한 방식을 암호학계에서는 '시저 암호'라고 부른다이렇게 치환(Substitution) 방식의 암호화는 고대 암호 방식이었다하지만 몇 자리를 옮겼는지만 알면 쉽게 해독할 수 있기에 문자의 위치를 섞어버리는 전치(Transposition)라는 개념을 함께 쓰기도 했다그러나 시간만 더 걸릴 뿐해독이 가능했다

     

      이처럼 암호학이 치환과 전치의 수준에만 머물렀을 때는 문자나 단어의 위치가 섞이면서 문장의 구조에만 영향을 주었기에 암호 해독의 주체는 언어학자가 되었다하지만 암호학이 수학의 정수론의 영향을 받게 되고 고성능 연산 기기가 발명되면서 급격한 발전을 이룩한다. 나아가 암호의 안전성을 확률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하자 해독의 중심에는 점차 수학자들이 위치하게 된다.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현대 컴퓨터 과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앞서 언급했던 튜링의 시대가 그러했다. 1939년 영국 정부의 암호학교에서 책임자의 위치에 서게 된 튜링은 암호해독팀에서 언어학자들을 해고하고 수학자 위주로 팀을 꾸린다그들이 풀어야 할 독일군의 '에니그마'는 사람이 아니라 계산 장치가 해독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에니그마는 회전자와 배전반을 이용해 평문을 암호문으로 바꾸는 경우의 수를 약 15억 가지나 만들어낼 수 있었다튜링이 이 일을 맡기 전이미 폴란드 수학자 레예프스키가 에니그마를 해독해냈지만독일이 에니그마 회전자를 5개로 늘리고 매일 자정마다 암호체계를 바꾸게 되면서 기존의 해독법은 무력화된다

     

      벽에 부딪힌 폴란드는 오랜기간 에니그마를 연구했던 자료를 튜링에게 넘기게 되고튜링은 팀원들과 함께 암호 해독을 위한 초고속 계산기를 완성한다이 계산기는 폴란드 암호국에서 사용했던 암호해독장치 봄브(Bombe)의 이름을 계승한다덕분에 연합군은 매일 오전 6시에 입수한 독일군 통신문을 통해 당일의 암호문을 해독해낼 수 있게 되었다.



    브레츨리 파크 박물관에 전시된 2008년 봄비(Bombe)의 복각품

     

      이후 에니그마의 발전에 맞춰 뉴 봄브를 개발하고 독일군의 최고사령부 보안통신기인 로렌츠 암호체계를 해독하기 위해 최초의 프로그래밍 가능 디지털 컴퓨터 콜로서스(Colosuss)도 개발한다이 콜로서스 덕분에 연합군은 1944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의 히틀러와 수뇌부의 작전을 완벽히 파악하게 되었고 유럽 대륙을 나치로부터 탈환하는데에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된다이후 튜링은 봄비(Bombe)를 토대로 그 유명한 보편만능기계 '튜링머신'을 고안하며 현대 컴퓨터 과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다.      

      

      암호학은 국가 간 군사적 목적 뿐만 아니라이제는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방식즉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한 방식으로 쓰인다. 암호화폐의 개념을 처음 만든 창시자로 평가받는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은 정부가 개인의 정보를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90년대에 이미 전자화폐 기업 디지캐시를 설립하고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이캐시를 출시하기도 했다.



    1990년에 암호학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이캐시'가 처음 출시되었다.

     

      그는 디지털 사회에서 특정 집단에 의해 정보가 독점되는 것을 경계하는데정보 통제가 사회 전체의 통제로 이어진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차움은 "프라이버시는 인간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 민주주의 사상의 핵심 원리를 지키고 유지하는데 매우 핵심적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익명성을 이용한 테러나 범죄의 위협에서도 안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차움이 개발한 '프리바테그리티(PrivaTegrity)' 기술은 평소에는 메신저 기능을 하지만 테러나 범죄 발생시에는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연산기기의 발전이 암호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연결됐던 것과 마찬가지로양자 컴퓨팅 개발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또다른 발전의 가능성을 엿봄과 동시에 기존의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하지만 창에 뚫리지 않기 위해 방패 또한 발맞추어 진화해 나간다.



    양자암호통신은 컴퓨터 보안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될 것이다.

     

      양자암호통신이 바로 그 미래로원거리의 두 사용자가 양자상태에서 비밀키 생성을 위한 정보를 주고 받는 양자 키 분배(Quantum key Distribution, QKD)를 통해 동일한 비밀키를 공유한다. 만약 해커가 중간에서 양자 암호키를 측정하거나 정보를 관측하게 되면 양자 중첩과 불확정성 원리로 인해 양자 상태에 변화가 생기기에즉각적으로 해킹사실을 알 수 있고 복제 역시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현재 연구 중이지만양자암호 보안 기술 중 양자현상을 이용해 난수를 생성하는 양자난수생성기(QRNG) 탑재 스마트폰이 출시되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난수는 아무리 뛰어난 슈퍼컴퓨터로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무질서한 순수 난수이다. 이처럼 해킹 불가능한 암호 체계 구현을 위한 기술 발전은 엄청난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비용도 저렴하고 속도도 빠르다고 하니 우리 생활 속 곳곳에 적용된다면 해킹을 방지하고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동시에 스마트한 생활을 영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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