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메트릭스(biometrics)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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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인터랙트

    Apr 29, 2022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는 8명의 여성이 강간, 살해당하는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연인원 205만 명의 경찰이 투입되고 2만1천여 명에 이르는 용의자들이 수사를 받았지만 범인을 잡는데는 실패하고 만다.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30여 년이 지난 2019년 말에 드디어 진범이 잡힌다. 당시 증거로 남아있던 DNA를 수형자들의 DNA와 대조 분석한 결과, 유력 용의자인 이춘재를 특정하게 되었고 얼마 뒤 이춘재는 범행 일체를 자백한다.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은 할 수 없었지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하였던 8차 사건의 피해자는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수십 년 동안 숨어있던 범인을 단숨에 찾아낸 마법의 열쇠는 바로 DNA 증거였다. 사람의 DNA는 유일하기에 위조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2010년 DNA법을 제정하여 정보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수형인과 구속 피의자 DNA를 바탕으로 25만여 명 이상의 DB를 만들어 살인, 성폭력과 같은 장기 미제 사건들을 포함한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에서 2020년 10년 동안 DNA 일치를 계기로 수사가 다시 시작된 경우는 6,221건이나 된다.


      범인을 알아내는데 탁월한 신체정보 DNA와 같이 고유한 신체적, 행동적 형질에 기반하여 사람을 인식하는 방식을 ‘바이오메트릭스(biometrics)’, 즉 '생체 인증', '생체 인식'이라 부른다. 통상 '템플릿'이라 불리는 생체 정보를 사전에 채취해 등록해서 인증해야 할 때 센서를 통해 취득한 정보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인증이 이루어진다. 인증방식은 크게 지문, DNA, 망막 스캔, 홍채 인식, 얼굴, 혈관 등 신체적 특징을 이용하는 방식과 필적, 눈 깜빡임, 보행, 목소리 등 행동적인 특징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뉜다.



      이러한 생체적/행동적 특징들은 또다시 보편성, 유일성, 영구성, 획득성, 정확성, 접근성, 기만성 총 7가지의 고유한 특성들을 보유한다. 예를 들어 핸드폰을 사용할 때 주로 사용하게 되는 지문이나 얼굴 인식은 신체적 특징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사용자는 손가락을 가져다 대거나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잠금을 열 수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손가락과 얼굴을 가지고 있어 보편적이고, 그것의 모양은 유일하며 쉽게 변화하거나 변경될 가능성도 적으니 유일하며 영구적이다. 센서로부터 생체특성 정보를 추출하여 정량화하기 편하다(획득성). 시스템은 기만 없이 정확하게 인지한다. 누구나 수행하기 편하고 간편하기에 접근성이 좋다.


      공적 영역에서도 ‘바이오메트릭스’의 능력에 기대되는 바가 높다. 국내에서는 2022년까지 지능형 CCTV,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해 실종 아동이나 치매 환자의 신원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추진 중이며 범죄자의 얼굴인식, 예측치안, 강력 범죄 차단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바이오메트릭스’는 우리 생활 속에서 더 많은 부분에 사용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생체정보 글로벌 시장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마켓 앤 마켓의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생체인식 시장의 규모는 366억 달러로, 연평균 13.4% 성장해 2025년에는 686억 달러(85조 원)에 이를 거라 전망했다. 테러 위협으로 인한 감시나 보안 기술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계 여러 나라들이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추세이고, 사물인터넷 기술, 지능형 자동차 기술의 개발 등으로 글로벌 생체인식 솔루션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스마트 디바이스와 연동해 생체인식 모듈 제조산업과 의료 빅데이터 시장이 함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과 편리성, 공공성을 모두 갖춘 ‘바이오메트릭스’에는 항상 개인정보의 침해에 관한 질문이 뒤따른다. 바꾸기 어려운 개인적인 생체정보를 국가나 기업이 가지고 있다는 것에 의문을 표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가 제멋대로 쓰이거나 유출된다면 개인이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생체정보에 대한 예민함이 부족하던 2011년, 사진 속 사람의 얼굴을 알아서 판단해주는 '태그인' 서비스를 도입했던 페이스북은 개인이 동의하지 않았는데 얼굴 생체정보를 무단으로 확보하여 서비스에 이용했다는 혐의로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2019년에 일어난 로버트 윌리엄스 사건은 ‘바이오메트릭스’ 기술에 차별적 요소가 내재하여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AI 학습한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도난 사건의 용의자를 골라내니, 잘못된 흑인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알고리즘의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부당 체포로 이어지게 되자 사람들은 항의하게 된다. 수많은 연구는 안면인식 알고리즘이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데, 이는 인공지능이 학습한 데이터 그 자체에 인류 역사적으로 형성된 인종, 성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내재하여 있던 것이다. 이후 프로그램을 제공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규제가 마련될 때까지 서비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IBM은 안면인식 기술이 차별적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며 사업을 완전히 철수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개인정보 유출이나 알고리즘의 오류, 시민에 대한 감시 우려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며 ‘바이오메트릭스’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개인의 고유 정보인 생체 정보에 대해 보다 강력한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우리 정부는 생체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편해 생체정보 보호를 위한 기본 원칙과 생체정보 처리 단계별 보호조치, 사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법 개정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제조사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기능을 설정할 때 안전한 이용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역할을 추가한 것도 눈에 띈다.



      앞으로도 괄목상대할 ‘바이오메트릭스’의 세계,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편의와 범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차별화된 보안성, 기술에 대한 경험 제공, 사용자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정부와 제조사의 노력이 요구된다.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되,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률 업데이트가 지속해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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